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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리뷰] 인간 실격
    Review/독서 2020. 5. 9. 16:00

    들어가며...


    우연히 이토준지의 인간실격이라는 만화를 봤습니다. 그날 음산히 비도 내렸고 호러 만화도 한번 보고 싶어서 펼쳐본 인간실격. 단편선인가 싶어 가볍게 읽은 만화에서 진한 여운을 느꼈습니다.

    주인공으로부터 무언가 동질감이 느껴졌던걸까요.

     

    인간 실격 🙅


    이토준지의 인간실격은 다자이 오사무 작가가 쓴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각색하여 그린 만화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만화에는 원작보다 강렬한 묘사가 많습니다. 친구 다케이치와 그림에 대한 묘사, 자살, 망상, 정사신, 그림과 분위기가 주는 음산함 등. 이토 준지 특유의 어둡지만 아름다운 그림들이 많습니다.

    이토준지가 그린 인간 실격은

    '인간을 지독히도 두려워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무시무시한 요괴의 모습을 제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어 하는 심리.'

    라는 인간실격의 글귀로 표현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궁금하여 원작을 찾아보았습니다. 비교적 짧은 단편선으로 구성됐습니다. 만화와는 다르게 주인공 요조의 담담하지만 서글픈 묘사는 또 다른 몰입감을 선사해줬습니다.

    오히려 만화보다 더 구체적으로 주인공의 마음에 이입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자격 🤷🏻‍♀️


    주인공 오오바는 도저히 세상을 대할 용기가 없어 거짓과 위선으로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처음에는 마냥 순진한 인물이었지만 주변에 의해 점차 패배주의적인 인간으로 거듭납니다. 그리고 불우한 말로를 맞게 됩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인간에서 실격됐고 인간 구실을 하지 못했음을 병동에 끌려가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주인공 오오바가 하는 고뇌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했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음울한 생각들입니다. 그래서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참 부끄러운 생애를 보내 왔습니다.

    오오바의 이야기처럼 저도 떳떳하지 못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을 극진히 배려하지만 때론 집단으로부터 유리되어 방황하기도 합니다. 또 주변 사람들과 대화 한마디 하는게 어려워 입을 굳게 닫고 있기도 했습니다. 목적과 열정 없이 살아온 나날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겁쟁이처럼 도망가기도 일쑤였죠.

    누구나 오오바를 손가락질 했지만, 마냥 미워하지 못한건 사람의 나약함을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으로서 실격인가요?

    나약하고 순진한 사람은 인간으로서 실격일까요? 강인하고 떳떳하게 사는 사람만이 인간의 자격을 갖춘 걸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습니다.

    불교에서는 삶이 고통이라고 합니다. 조던 피터슨 교수님은 삶은 체계적으로 불공평하다고 말합니다.

    세상이 이럴진데 개인이 도망치고 싶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심리겠지요.

    그럼에도 나를 비롯한 모든 개인들은 인간으로서 오늘을 살아갑니다. 세상의 불합리함을 알고 맞서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죠.

    [오오바는 맞서기보단 끝없이 줄행랑을 쳤지만, 맞섰다면 누구보다 성공한 인물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오오바의 이야기를 끝 맺는 이 글귀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된 주인공의 마음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해석하려고 합니다.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어차피 지나갈 것이니 두려워 말고 일어 나라고요. 저는 이렇게 단단해지려고 합니다.

    책을 읽고 그렇게 제 삶을 채워나가고 싶어졌습니다.

    책의 해설에선 '만남에 아무런 환희도 없고 이별에 아무런 슬픔도 없는 황량한 인간관계는 그야말로 인간 실격의 삶이다.' 라고 합니다.

    도망친 삶에는 영혼이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억에 남는 글귀


    1. 저는 주변 사람들과 대화도 제대로 나누지 못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2. 저는 여자가 그렇게 느닷없이 울음을 터뜨릴 경우 뭐든 달콤한 음식을 내주면 그것을 먹고 마음이 풀린다는 것 하나만큼은 어릴 때부터 해 온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3. 신경질적이고 겁이 많은 사람일수록 폭풍우가 더욱 거세지기를 기도하는 심리
    4. 유리되어 방황
    5. 겁쟁이는 행복마저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6. 저는 누구와 말씨름을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그저 지친 척, 혹은 감탄한 척 표정을 지으며 고분고분 잔소리를 듣고 그 말에 복종했습니다.
    7. 당황해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광대 짓을 하면서 얼렁뚱땅 넘어가거나 아니면 말없이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패배자적인 태도를 보이고 마는 것입니다.
    8. 다만 산통을 깨 버렸을때 분위기가 돌변하는 게 질식할만큼 두려워서 나중에 저에게 불이익이 될 줄 알면서도 저의 '필사적인 봉사'를, 설령 그것이 비뚤어지고 미약하고 어리석은 것일지라도 그 봉사하는 심정으로 저도 모르게 불쑥 한마디 꾸며넣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것 같습니다.
    9. 생각하면 점점 더 '가라앉을'뿐 전혀 기운이 나지 않았습니다.
    10. 하지만 정작 나는 사람들이 너무도 두려운데, 내가 두려워 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호감을 보이고 반대로 나는 또 그렇게 호감을 보여주면 보여 줄수록 두려워져서 사람들을 멀리해야만 하는 이 불행한 병적인 성격.
    11. 세상이란 개인이다.
    12. 무서울수록 더 보고 싶어지는게 사람 심리라지요.
    13. 남자들은 대부분 겁쟁이인 데다 체면 차리기에만 바쁘고 쩨쩨했습니다.
    14. 저는 대놓고 논쟁이란 걸 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15. 때 묻지 않은 신뢰감은 죄가 되는가.
    16. 권하는 것을 거부하면 상대의 마음에나 제 마음에나 영원히 메울 수 없는 커다란 골이 생길 것같은 공포심에 떨고 있었던 겁니다.

    댓글

반갑습니다. 이종원입니다. 👋🏻